한국 백세인의 당당한 삶
장수의학자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 이야기

일러스트 ⓒ 헬시에이징 뉴스 (AI 기반 제작)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가족'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잊고 삽니다. 각자의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장 가까운 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조차 인색해진 요즘, 순창군 자양마을에서 만난 100세 유귀례 할머니의 가족 이야기는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이 가족의 모습은 단순히 장수 집안의 기록을 넘어, 효(孝)라는 전통적 가치가 현대 사회에서도 어떻게 가족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이 되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가족 관계의 핵심은 '내리사랑'과 '치솟는 효'의 선순환에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백세인 조사 과정에서 만난 유귀례 할머니의 아들 내외는 어머니를 한 방에 모시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도 넓고 방도 많은데 굳이 부부가 어머니와 같은 방에서 자느냐고 궁금해서 질문하자 깜짝 놀랄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머니가 여든이 되던 해부터 혹시 주무시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20년째 한결같이 어머니를 곁에 모시고 잠을 청해 왔다는 답을 주었습니다. ‘혹시나 모를’, ‘혹시 밤중이라도’라며 걱정하는 자식들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러한 지극한 효심은 강요된 의무가 아니라, 부모를 향한 진심 어린 걱정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부모의 모습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는 사실입니다. 할머니는 "아들이 잘하니, 며느리도 잘하고, 손주들도 잘한다"며 자식 칭찬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부모가 정성으로 어른을 모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 손주와 증손주들은 도회지에 살면서도 때가 되면 증조할머니를 찾아와 밤이면 할머니 곁에서 서로 자고 싶어 할 만큼 깊은 유대감을 보입니다. 효라는 가치가 세대를 거쳐 자연스럽게 대물림되며 가족 공동체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된 것입니다.
이 가족의 건강함은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100세의 할머니는 쌈짓돈이 생길 때마다 천 원짜리로 바꾸어 두었다가 자식과 손주들에게 나누어 주며 사랑을 표현하십니다. 며느리는 그런 시어머님을 진심으로 칭찬하며 고부간의 두터운 정을 과시합니다. 또한,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동생들을 유학 보내고 훌륭하게 키워낸 큰손주의 희생을 할머니는 잊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십니다. 손주가 선물한 금반지와 목걸이를 소중히 간직하며 자랑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물질적인 가치를 넘어 가족 구성원 서로가 서로의 노고를 인정하고 감사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족애가 완성됨을 보여줍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효의 개념도 현대화되고 있지만, 가족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손자와 증손자에게 이어져 "어머니, 할머니"를 외치게 만드는 그 힘은,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보다 강력하고 따뜻합니다. 우리는 이 따뜻한 가족의 풍경을 통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과연 나는 내 곁의 가족에게 어떤 향기를 전하고 있는가? 유귀례 할머니 댁의 도란도란한 대화 소리처럼, 우리도 오늘 하루 가족의 손을 한 번 더 잡고 서로를 향한 칭찬의 말을 걸어보면 좋겠습니다. 효는 거창한 형식이 아니라, 이렇듯 서로의 곁을 지켜주고 배려하는 작은 마음들이 모여 완성되는 삶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기고자 /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출처 : 헬시에이징 뉴스(https://www.healthyagingnews.kr)
한국 백세인의 당당한 삶
장수의학자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 이야기
일러스트 ⓒ 헬시에이징 뉴스 (AI 기반 제작)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가족'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잊고 삽니다. 각자의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장 가까운 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조차 인색해진 요즘, 순창군 자양마을에서 만난 100세 유귀례 할머니의 가족 이야기는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이 가족의 모습은 단순히 장수 집안의 기록을 넘어, 효(孝)라는 전통적 가치가 현대 사회에서도 어떻게 가족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이 되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가족 관계의 핵심은 '내리사랑'과 '치솟는 효'의 선순환에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백세인 조사 과정에서 만난 유귀례 할머니의 아들 내외는 어머니를 한 방에 모시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도 넓고 방도 많은데 굳이 부부가 어머니와 같은 방에서 자느냐고 궁금해서 질문하자 깜짝 놀랄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머니가 여든이 되던 해부터 혹시 주무시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20년째 한결같이 어머니를 곁에 모시고 잠을 청해 왔다는 답을 주었습니다. ‘혹시나 모를’, ‘혹시 밤중이라도’라며 걱정하는 자식들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러한 지극한 효심은 강요된 의무가 아니라, 부모를 향한 진심 어린 걱정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부모의 모습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는 사실입니다. 할머니는 "아들이 잘하니, 며느리도 잘하고, 손주들도 잘한다"며 자식 칭찬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부모가 정성으로 어른을 모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 손주와 증손주들은 도회지에 살면서도 때가 되면 증조할머니를 찾아와 밤이면 할머니 곁에서 서로 자고 싶어 할 만큼 깊은 유대감을 보입니다. 효라는 가치가 세대를 거쳐 자연스럽게 대물림되며 가족 공동체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된 것입니다.
이 가족의 건강함은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100세의 할머니는 쌈짓돈이 생길 때마다 천 원짜리로 바꾸어 두었다가 자식과 손주들에게 나누어 주며 사랑을 표현하십니다. 며느리는 그런 시어머님을 진심으로 칭찬하며 고부간의 두터운 정을 과시합니다. 또한,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동생들을 유학 보내고 훌륭하게 키워낸 큰손주의 희생을 할머니는 잊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십니다. 손주가 선물한 금반지와 목걸이를 소중히 간직하며 자랑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물질적인 가치를 넘어 가족 구성원 서로가 서로의 노고를 인정하고 감사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족애가 완성됨을 보여줍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효의 개념도 현대화되고 있지만, 가족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손자와 증손자에게 이어져 "어머니, 할머니"를 외치게 만드는 그 힘은,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보다 강력하고 따뜻합니다. 우리는 이 따뜻한 가족의 풍경을 통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과연 나는 내 곁의 가족에게 어떤 향기를 전하고 있는가? 유귀례 할머니 댁의 도란도란한 대화 소리처럼, 우리도 오늘 하루 가족의 손을 한 번 더 잡고 서로를 향한 칭찬의 말을 걸어보면 좋겠습니다. 효는 거창한 형식이 아니라, 이렇듯 서로의 곁을 지켜주고 배려하는 작은 마음들이 모여 완성되는 삶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기고자 /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출처 : 헬시에이징 뉴스(https://www.healthyaging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