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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상철 교수 “백세인은 장수시대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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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100세를 넘긴 사람들을 연구하는 국제 연구자 모임이 있다. 국제백세인연구단(International Centenarian Consortium, ICC)이다. 이들은 단순히 ‘오래 사는 비결’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길어진 삶을 어떤 상태로 살아갈 수 있는지 연구한다.


지난 6월 9일부터 12일까지 전북 고창 웰파크호텔에서 제30차 국제백세인연구단 학술대회가 열렸다. 올해 주제는 ‘웰에이징 시대의 선구자로서의 백세인’이었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 11개국 16개 백세인 연구팀이 참여해 백세인의 생물학적 특성부터 생활환경, 돌봄과 사회적 변화까지 폭넓게 논의했다.


100세를 넘긴 삶은 인간의 노화와 장수에 대해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헬시에이징 뉴스는 이번 학술대회를 주도한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에게 국제백세인연구단과 한국백세인연구단이 걸어온 길, 그리고 백세인 연구가 초고령사회에 갖는 의미를 단독으로 들어봤다.


Q. 국제백세인연구단은 어떤 단체인가요.


A. 국제백세인연구단(International Centenarian Consortium)은 백세인을 연구하는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모여 인간 장수의 본질을 다학제적으로 연구하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입니다.


처음 출발은 1994년 미국 조지아대학의 레오나드 푼 교수가 미국 NIH의 지원을 받아 조지아 백세인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백세인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생긴 것이지요.


초기 연구에서는 유전적 성향, 식생활, 생활습관, 성격 등이 주목됐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해보니 인종, 국가, 생활환경에 따라 백세인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인간 장수를 더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여러 나라 연구자들이 함께 모이게 됐습니다.


Q. 이번 학술대회가 한국 고창에서 열린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 개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국제백세인연구단 학술대회(ICC)는 1회 때부터 매년 열려왔습니다. 미국, 스웨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쿠바,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 개최됐고,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전북 순창에서 13차와 19차 학술대회를 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30회를 기념해 한국 고창에서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이것은 한국 백세인 연구가 세계무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국가 가운데 평균수명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머지않아 현재 1위인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백세인의 장수 패턴과 미래상은 세계 연구자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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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백세인 코호트 연구 세션에서 한국 백세인 연구가 소개되고 있다.

Q. 이번 주제는 ‘웰에이징 시대의 선구자로서의 백세인’이었습니다. 백세인을 왜 선구자라고 보시나요.


A. 백세인은 단순히 오래 산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백세인을 새로운 장수시대의 선구자라고 봅니다.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사회는 평균수명이 길어진 사회입니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태로 오래 사느냐,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하느냐, 어떤 사회적 관계와 돌봄 속에서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백세인들은 그런 질문을 가장 먼저 살아낸 분들입니다. 그래서 백세인을 연구한다는 것은 한 개인의 장수 비결을 찾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장수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Q. 한국 백세인 연구가 다른 나라 연구와 구별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A. 한국 백세인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변화가 매우 극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백세인들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빈곤, 산업화, 도시화, 가족 구조의 변화를 모두 겪어낸 세대입니다. 따라서 한국 백세인의 장수는 단순히 좋은 유전자나 좋은 식단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 특성과 사회적 환경, 가족 관계, 시대적 변화가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백세인연구단은 의학, 유전학 뿐만 아니라 영양학, 가족학, 심리학, 통계학, 생태학, 경제지리학, 사회복지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왔습니다. 특히 25년 전 자료와 현재 자료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Q.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A. 이번 학술대회에서 특별했던 점은 중국 백세인 연구단이 최초로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중국 백세인 연구는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베이징대학 연구단과 칭다오대학 연구단이 참여했고, 기존에 참여해온 홍콩 백세인연구단과 대만 백세인연구단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봅니다. 특히 중국 연구단이 가지고 있는 연구대상과 분석자료의 규모가 매우 방대했습니다. 백세인에 대한 대단위 후성유전체 분석을 통한 과학적 접근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장수 연구자 장마리 로뱅(왼쪽)과 박상철 교수(가운데)가 학술대회 기간 중 백세인 연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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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께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연구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A. 여러 발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먼저 뉴잉글랜드 백세인연구단장인 토마스 펄스 박사의 발표를 들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장수와 유전의 상관관계를 약 25% 정도로 보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펄스 박사는 극단적 장수에서 유전의 영향이 그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특정 유전자 하나가 장수를 결정한다는 방식이 아니라, 장수 관련 유전자들이 시스템적으로 작용한다는 관점입니다. 이 발표는 ‘장수가 유전인가, 아닌가’라는 오래된 논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 연구 성과 가운데서는 한국 백세인 표준유전체가 개발돼 발표된 점이 특별했습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활용되어온 표준유전체는 주로 40대 백인을 대상으로 개발돼, 인종적 차이나 70~80대 이후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한국 백세인의 유전체를 바탕으로 한국 백세인 표준유전체가 개발됐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윤사중 박사와 협력해 이뤄낸 성과입니다. 이 점에서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Q. 심리나 사회적 변화와 관련해서도 주목한 발표가 있었나요.


A. 일본 오사카대학의 야스유키 곤도 박사의 발표가 중요했습니다. SONIC 연구를 통해 고령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년초월적 사고 개념이 초고령 단계에서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이것은 초고령인의 심리 변화를 새롭게 해석하게 만드는 발표입니다. 앞으로 상당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 한국백세인연구단의 이정화 전남대 교수 발표도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25년 동안의 사회적 변화가 백세인의 생활패턴, 주거현황, 삶의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장수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상황적 변화 속에서 봐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발표였습니다. 국제 연구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국제백세인연구단 30주년 학술대회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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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학술대회 이후 기대하는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인의 장수 연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이제는 본격적인 장수 요인 분석이 시급합니다.


한국백세인연구단은 이미 엄청난 양의 개인적, 사회환경적 자료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료들을 더 심도 있게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화룡점정이 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를 위한 충분한 연구 지원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국가적 차원에서 백세인 연구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헬시에이징뉴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장수를 추구하기 위한 정보들이 매우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상업적 시도들도 난립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일반인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독자들이 그런 정보에 쉽게 휩쓸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학술적 연구조사를 통해 축적된 진지한 자료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 박상철 교수는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 교수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한국노화학회·국제노화학회 회장, 국제백세인연구단 의장을 역임했다.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장 등을 지냈다.


출처 : 헬시에이징 뉴스(https://www.healthyagingnews.kr)